Press Releases 무엇이 ‘기술’을 ‘치유’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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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 기기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솔루션부터 초정밀 수술 로봇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과거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의료 행위의 본질, 즉 인간의 통찰력과 해석 능력이 기계의 정교함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왕실의 주치의였던 어의는 왕실의 웃어른, 특히 대비마마와 같은 여성 환자를 진료할 때 직접 신체를 접촉하지 않고 진맥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환자의 손목에 실을 묶고 그 실을 통해 맥의 미세한 떨림을 짚는 방식으로 병세를 살폈다. 여기서 진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실'의 품질이나 재질이 아니었다. 아무리 값비싸고 정교한 실을 쓴다 하더라도, 그 실 끝에 맥을 읽고 병증을 파악할 수 있는 지식과 누적 경험을 갖춘 어의가 없다면 진료는 무의미하다. 실은 그저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일 뿐, 본질적인 진단 능력은 오롯이 의사에게 있었다.

서양의 근대 의학은 18~19세기에 들어서면서 '촉진(Palpation)'과 '청진(Auscultation)'이라는 직접적인 도구를 발전시켰다. 프랑스의 의사 르네 라에네크(René Laennec)가 폐 질환 진단을 위해 얇은 나무통으로 만든 청진기를 발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청진기 역시 환자의 몸속 소리를 증폭하여 의사에게 전달하는 도구, 즉 '정보 매개체'일 뿐이다. 의사가 심장 잡음이나 폐의 수포음을 듣는다고 해서 곧바로 병명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의사는 이 소리의 높낮이, 강도, 타이밍 등을 수십 년간 쌓아온 의학 지식과 비교하여 폐렴인지, 결핵인지, 심부전인지를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해야 했다. 도구의 정교함이 아니라, 도구를 활용한 의사의 해석 능력이 생명을 살리는 핵심이었다.

과거 동서양의 사례는 현대의 의료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CT, MRI, 로봇 수술 시스템, 심지어 정밀 의료를 위한 유전자 분석 플랫폼까지, 이 모든 기술은 환자의 상태에 대한 방대하고 정교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했던 '실'과 '청진기'의 역할과 같다.

AI가 폐 CT 영상을 분석하여 폐암 가능성을 95%로 진단했다 하더라도, 이 '95%라는 수치'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생활 습관, 가족력 등 다각적인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환자와 소통하는 의사의 판단력과 해석력이 결정적이다. AI는 통계적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지만, 의사는 그 가능성을 치유의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 윤리적, 사회적, 인간적 판단을 최종적으로 책임진다. 이러한 사실은 기술 진보의 크기와 상관없이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다. 의료는 과학인 동시에 관계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환자가 의료진을 신뢰할 때 치료 순응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당사가 만들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 '슈퍼브레인(SuperBrain)'이 지향하는 목표 역시 명확하다. 슈퍼브레인은 환자의 인지 수준에 맞는 체계적인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치매 진행 위험을 낮추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도구'이다.

우리의 기술력은 환자의 인지 기능 변화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의료진에게 마치 고해상도의 실과 같은 개별 환자의 반응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정교한 데이터의 실을 엮어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유의 장면을 수놓는 주체는 결국 의료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정밀한 데이터 위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울 것임을 믿기에, 슈퍼브레인은 기술로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가장 따뜻하고 정교한 파트너를 목표로 한다.


한승현 로완 대표이사

출처 : 시사저널e(https://www.sisajournal-e.com)